우르남무 법전은 기원전 2100년경 수메르 우르 제3왕조의 왕 우르남무(Urnammu)에 의해 제정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문법전 중 하나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되었으며, 사회 질서 유지와 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 법전은 주로 물질 보상 중심의 형벌 체계와 계급별 차등 처벌 원칙을 담고 있다.
‘우르남무(Urnammu)’는 수메르어에서 ‘빛의 종자’ 혹은 ‘빛이 낳은 자’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ur’는 일반적으로 ‘빛’이나 ‘도시’를 의미하고, ‘namu’ 혹은 ‘namma’는 ‘어머니’ 혹은 ‘창조’를 뜻하는 어원적 구조를 갖는다. 영어로는 Code of Ur-Nammu라고 불리며, 여기서 ‘Code’는 라틴어 ‘codex’에서 파생된 것으로, 나무판을 묶은 ‘책’ 또는 법전의 원형을 의미한다. 법전이라는 단어는 한자로 法典이라 하며, ‘법(法)’은 물(水)과 갈 거(去)로 구성되어 법이 물처럼 흘러 질서를 만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전(典)’은 전할 전으로 ‘기록된 규범’을 의미한다.
우르남무 법전은 메소포타미아 남부 우르 지역에서 20세기 초 고고학 발굴 중 발견되었으며, 원문은 주로 수메르어 설형문자로 점토판에 기록되었다. 이 법전은 함무라비 법전보다 약 300년 먼저 제작되었고, 기존의 관습법을 문서화함으로써 법적 명확성과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의 산물이었다. 특히 우르남무는 왕권이 신(神)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 제정을 신성화를 통해 정당화하였다. 이는 이후 메소포타미아 법문화의 기틀을 형성하였다.
이 법전은 인류 법제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의미한다. 법 중 상당수는 사형 대신 벌금 또는 금전적 보상을 통해 해결하려 하였으며, 이는 후기 바빌로니아 법전에서 보이는 가혹한 처벌보다는 온건하고 절제된 법 집행 방식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강간에 대해 사형을 부과한 반면, 단순한 상해에는 은 몇 세겔의 보상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죄에 비례한 처벌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법의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려 하였다.
현존하는 우르남무 법전의 파편은 현재 터키 이스탄불 박물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박물관 등지에 분산 보관되어 있으며, 모두 합쳐 약 40여 조문 정도가 해독되었다. 전반적으로 이 법전은 노예, 자유인, 귀족 등의 계급에 따라 처벌의 무게가 달랐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는 수메르 사회의 위계질서와 억압적 구조를 반영함과 동시에 일정 부분 실용성을 염두에 둔 법제였음을 보여준다.
우르남무 법전은 성문법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법학, 고고학, 역사학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최근 학술적으로도 이 법전은 고대 근동의 법제도 비교 연구에 있어 핵심 자료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Roth, M. (2022)의 “Law and Society in Mesopotamia: Re-assessing the Code of Ur-Nammu”는 이 법전을 사회적 계약과 형벌 개념의 기원으로 재해석했으며, 우리의 현대적 정의론 개념의 기원이 고대 근동에 있다는 통찰을 제시하였다.
한편, 이 법전의 재발견과 해석은 국제적 기사에서도 조명되어왔다. 2023년 BBC는 “Ancient laws rediscovered: The first principles of justice in U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르남무 법전과 현대 법의 연결 가능성을 제시하며 영국 블랙스톤 법학 전통과의 유비 관계를 강조하였다. 이는 오랜 역사 속에서 법의 정신이 유사하게 계승된다는 논지를 뒷받침한다.
우르남무 법전의 현대적 실용 가치는 몇 가지 측면에서 조명된다. 첫째, 계급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형벌은 현대 복지국가에서 소득세, 누진세 도입과 유사한 철학적 기초가 된다. 둘째, 물질 보상을 통한 처벌은 실용주의적 법리 적용의 선례로 꼽히며, 형벌보다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초석이 된다. 실제로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피해자 보상 중심의 판결이 이뤄지는 데에도 일정 부분 철학적 연관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우르남무 법전은 인류 문명의 초창기에 사회 정의를 추구하고 질서 유지를 위한 합리적 장치를 마련한 규범 체계였다. 이는 단순히 고대 기록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인간 존재가 법의 이름 아래 공동체적 질서를 구축하려는 보편적 의지를 최초로 문서화했다는 점에서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된다. 현대 사회 역시 이 법전에서 찾을 수 있는 인간 중심적 형사 정책, 법의 신성성과 국가 권위 간의 긴장관계, 계급 구조에 따른 법 적용 문제 등에서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훈이 존재한다. 이처럼 우르남무 법전은 과거와 현재, 동서양의 법사상을 잇는 지적 원형(原型)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NEO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