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적부심이란 수사기관에 의해 구속된 피의자가 그 구속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에 그 타당성을 다시 심사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절차이다. 이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구속의 남용을 방지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구속적부심’이라는 단어는 ‘구속’, ‘적부’, ‘심’이라는 세 개의 주요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구속(拘束)’은 ‘붙잡아 자유를 제한한다’는 뜻이며, ‘적부(適否)’는 ‘적절한지 부당한지의 여부’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심(審)’은 ‘살핀다’, ‘심사한다’는 뜻의 한자로, 법률적으로는 ‘어떤 사안을 법적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구속적부심은 ‘피의자의 구속이 적법한지를 법원이 다시 심사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영어권의 개념으로 유사한 제도는 ‘habeas corpus petition’이다. 이것은 라틴어 ‘habeas corpus ad subjiciendum’에서 유래한 말로, 본래는 ‘당신의 몸을 법원에 제출하라’는 뜻에서 출발했다. 중세 영국에서는 절대왕정 아래에서 자의적인 체포 및 구금이 빈번하였는데, 이러한 억압에 맞서 의회가 인신 보호법(habeas corpus act, 1679년)을 제정함으로써 현재의 구속적부심과 유사한 개념이 정립되었다. 이 제도는 이후 미국 헌법과 영미법권 전체에서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기제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는 1948년 제헌 헌법 제12조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규정되면서 구속적부심 제도의 법적 가능성이 열렸고, 본격적인 도입은 1960년 4.19 혁명을 전후하여 향후 민주화의 상징적 제도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초기에는 실효성이 낮고 법원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후 2000년대에 이르러 피의자의 인권보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와 맞물려 제도가 재조명되었고, 대법원의 실무지침 변화 및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인해 지금은 비교적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구속적부심 제도에 관한 대표적인 일화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경찰은 단순 참고인으로 연행한 박종철을 불법적으로 구속하고 고문 끝에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데, 만약 당시 구속적부심 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었다면 이러한 인권 침해를 사전적으로 방지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 사건 이후 구속적부심의 중요성은 사회적으로 재확인되었다.
최근 한국 법조계에서는 구속적부심의 실질화와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김영훈(2022)의 논문에서는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구속적부심사의 실질적 기능과 한계”라는 주제로, 구속적부심 제도의 절차적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특히 법관의 심리 개시율과 보석 허가율의 비대칭 문제가 구속적부심 제도의 실효성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었다(Kim, Y. H., 2022. The Practical Role and Limits of Habeas Corpus in Korea’s Criminal Process. Korean Criminal Procedure Law Review, 34(1), 55-78).
실제 언론 보도에서도 구속적부심의 활용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2023년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나 검찰의 수사와 관련하여 정치인이나 재벌 기업인의 구속 여부가 사회적 이슈가 될 경우 상당수 피의자들이 구속적부심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구속이 취소된 비율도 일정 수준에 달해, 법원이 절차적 통제를 작동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구속적부심은 일상적인 법 집행 과정에서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중요한 실천적 장치로 기능한다. 특히 변호인들은 수사기관의 자의적 구속에 맞서 이를 즉각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절차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구속적부심 청구서에는 피의자의 직업, 가족 환경, 범죄 정황,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음 등을 종합적으로 주장해야 하며, 이는 법원이 ‘상대적 필요성’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구속적부심 제도는 국가 형사사법의 인권지향성을 상징하는 핵심 제도 중 하나다. 특히 사전구속허가제의 폐지, 영장실질심사와 같은 제도와 함께 작동되며 민주 사회 법치주의의 기둥을 구성한다. 향후 과제는 법원의 주관적 판단을 객관화하고, 구속적부심의 결정이 자의적이지 않도록 통계, 판례집적, 심문 절차의 투명화 등을 통해 더욱 제도적 정합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피의자뿐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확대 적용이나 준법 감시 조건부 보석, 전자감독과 같은 대체 수단과의 병행 활용도 법정화가 필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구속적부심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자유와 권력 사이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조율하는 헌법적 장치이며, 시민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민주 사회의 투명한 사법 운영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