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된 피의자가 구속되기 전 단계에서 그 체포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법원이 심사하여 위법하거나 부당한 경우 석방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인신보호제도의 하나이다. 이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사법적 통제 장치이다.
‘체포적부심’이라는 단어는 ‘체포’와 ‘적부심’이라는 두 요소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체포’는 피의자를 물리적으로 구금하는 행위, 즉 강제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을 의미하며, ‘적부심’은 ‘적법성’과 ‘부당성’을 판별하는 ‘심사’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Review of Arrest Legitimacy’ 정도로 번역되며, 여기서 ‘Review’는 ‘재검토 또는 심사’, ‘Arrest’는 ‘체포’, ‘Legitimacy’는 ‘합법성’ 또는 ‘타당성’을 뜻한다. ‘Review’는 라틴어 ‘revidere’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다시 보다’라는 의미다. 즉, 체포적부심은 체포된 자에 대한 사법기관의 ‘검토’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한자 ‘체포적부심(逮捕適否審)’에 대해 살펴보면, ‘逮(체포할 체)’는 ‘붙잡다’는 의미이며, ‘捕(잡을 포)’ 역시 ‘사람을 붙잡는다’는 뜻을 지닌다. ‘適否(맞을 적, 아닐 부)’는 ‘적합한지 여부(yes or no)’를 판단하는 것을 의미하며, ‘審(살필 심)’은 ‘자세히 살피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체포적부심은 사람이 체포된 상태가 ‘합당한가 아닌가’를 자세히 따져보는 절차로 직역될 수 있다.
체포적부심의 근원은 중세 영국의 ‘헤비어스 코퍼스(Habeas Corpus)’법에서 기인한다. 이는 중세 영국 왕권의 폭압적인 체포에 항거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서 구금 중인 자를 법정에 출두시켜 합법성과 정당성을 심사하자는 원칙에서 발전하였다.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헌법적 권리로 자리잡았으며, 대한민국은 1980년 헌법 개정을 통해 ‘체포 또는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제도화하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핵심 제도로 재확립되었으며, 특히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치범 구금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로 중요하게 여겨졌다.
체포적부심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직전 연세대 노태우 규탄 집회 후 다수 학생이 연행되었을 때 일부 학부모와 변호인이 체포적부심 청구를 통해 위법한 경찰 연행에 제동을 건 사건이 있다. 당시 야당 및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청구된 적부심을 통해 체포자 일부가 조기에 석방되며 제도의 실효성이 부각되었다. 이는 이후의 민주화 운동에서 체포적부심을 활발하게 활용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시민적 자각이 확대되었다.
최근 법적 논쟁과 관련해서는 202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오인되어 체포된 한 청년에 대해 체포적부심을 인용하여 석방한 사례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범죄 성립의 의심이 합리적으로 부족하다’며 위법한 체포 상태를 인정했다. 이는 수사기관의 과도한 사법권 행사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체포적부심의 중요성을 강조한 판례로 평가된다.
학술 논문에서도 최근 체포적부심의 한계와 보완 방안에 대한 심층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상준(2022)은 「체포적부심 제도의 운영 현황과 개선 방향」에서 체계적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는 유죄 판결 예상 가능성이 높을 경우 거의 기각되며, 이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Kim, S. J., 2022. Review and Improvement of the Arrest Legitimacy Examination System. Korean Journal of Criminology, 46(2), 101-124). 또한 이용수(2023)는 “형사소송법상 개선입법을 통해 법관에 더욱 폭넓은 재량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Lee, Y. S., 2023. Judicial Discretion in Preliminary Detention Review. Korean Law Review, 51(3), 211-238).
체포적부심은 실무에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다. 첫째, 피의자 또는 그 가족·변호인은 즉시 법원에 청구서를 제출하여 수사권 남용을 견제할 수 있다. 둘째, 인권단체는 사건 담당자에게 체포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제기하여 제도 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체포적부심의 존재와 절차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 제고와 법률구조 시스템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끝으로 체포적부심은 정당한 수사와 인권 보호의 균형을 찾는 핵심 제도다. 특히 디지털 수사 확대 등으로 체포의 범위와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사법적 견제 장치는 더욱 중요하다. 법원 역시 일률적으로 경미한 사안이나 형량 중심으로 기각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위법사실과 체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별도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실효적인 인신보호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제도의 확대 적용 및 사법적 내실화가 시급하다.